고령에 여성들이 대부분인 구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이 겪고 있는 폭력적인 참상을 목격한 예술가들이 2019년 10월부터 '예술해방전선'이라는 이름으로 모이게 되었습니다. 우리의 모임 이름이며 우리가 여는 문화제의 이름이기도 합니다. 이름이 예술해방전선이 된 이유는 예술을 무기와 도구로 이용하여 압제자들로부터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고 해방하는데 힘을 보태겠다는 의미도 있지만, 소비사회의 덫에 붙잡혀버린 예술 그 자체도 해방시키고자 하는 열망도 함께 내포하고 있습니다. 미약한 힘이더라도 세상에 길고 꾸준하게 보태고자 합니다.
10여년 간 현장에 꾸준히 연대하며 여러 일들을 겪고 목격하며 하게 된 생각이 있습니다. 각자의 가치관과 방향을 뛰어넘어 함께 현장이 처한 위기에 연대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난 뒤에는 그로 인해 단체 명의로 발생하는 정치적 계산과 권력을 내려놓고 깔끔하게 해산하는 형태의 네트워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했습니다. 그 모임은 다양한 재능, 가치관과 생각을 가진 연대자들이 부당한 폭력과 정치적 협잡으로부터 안전하게 마음과 활동을 다 할 수 있도록 울타리와 깃발이 되어주고 현장에서 그 역할을 다하면 미련없이 소멸하여 그 스스로의 조직논리와 권력를 없애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. 용암 속으로 들어가는 터미네이터처럼 말이지요. 우리에게는 '현장'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. 그렇게 뜻이 같은 예술가 동지들을 만나 결성을 한 것이 '예술해방전선'이라는 이름이 되었습니다.
예술해방전선에서는 투쟁하는 민중과 함께하는 예술을 지향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. 대다수가 아직 젊은 예술가들이고 반산업적인 방식이기에 험난한 가시밭길을 예상합니다. 현장예술을 향한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예술해방전선이라는 작은 화분을 같이 가꾸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. 다음 세대에 전해줄 수 있는 의미있는 역사를 남기겠습니다.